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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 네트워크란 무엇인가? 그리고 밝지 않은 현실

애드테크와 퍼포먼스 마케팅 2020. 8. 11.

간단히 말해서 애드 네트워크(Ad Network)란 인터넷 광고 중개업이다. 광고주는 웹페이지에 상품을 광고하고 싶어한다. 웹페이지의 소유주, 즉 매체는 자신의 지면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싶어한다. 홍보를 원하는 광고주와 수익을 원하는 매체, 둘의 욕구를 이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애드 네트워크의 역할이다.

 

애드 네트워크는 어떻게 탄생했나

태초의 애드 네트워크는 아마 이런 방식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인터넷이 발전하자 수많은 트래픽이 오고가는 웹사이트가 생겼다. 그때 누군가가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웹페이지를 드나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품을 홍보할 순 없을까? 그렇게 나타난 것이 바로 최초의 배너광고다. 페이지의 일부분을 광고 지면으로 활용해 광고를 실었다. 신문 광고와 다를 바가 없었다. 종이에서 모니터 스크린으로 자리만 옮겼을 뿐이다.

 

광고주 AT&T가 매체 HotWired.com로부터 구매한 지면에 실렸던 광고, 1994년.

광고에는 돈이 오간다. 웹사이트 소유주는 자신의 페이지에 광고배너를 무상으로 달아주지 않는다. 일정 대가를 받고 배너를 붙인다.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고 그 접점에서 가격이 발생한다. 더 많은 트래픽을 보유한 매체는 더 비싼 보수를 받는다. 트래픽이 크다는 것은 광고를 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더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광고주와 매체간의 거래가 그리 복잡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 점점 발달하고 복잡해질 수록 광고주와 매체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이제 매체를 구하는 광고주도 무수히 많아졌고 광고를 구하는 매체도 무수히 많아졌다. 이제 1대1 거래로 매체 지면에 광고를 송출하는 일은 복잡해졌다. 한 광고주가 수많은 매체와 거래하고, 한 매체가 수많은 광고주를 상대했다. 중재자가 필요한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애드 네트워크는 최적화가 목표

그때 나타난 것이 바로 애드 네트워크다. 애드 네트워크는 매체에게 말한다. “너희 광고 지면 우리한테 줘. 우리가 관리하고 때 되면 정산해서 금액을 보내줄게.” 이번엔 광고주에게 말한다. “너희 광고 우리한테 줘. 우리가 알아서 가장 효율적인 매체에 붙여줄게.” 애드 네트워크는 광고주와 매체 사이를 잇는 중매쟁이다. 알맞는 광고를 알맞는 매체에 붙여 광고주에게는 최고의 효율을, 매체에게는 최고의 수익을 선사한다. 이를 최적화라고 부른다. 애드 네트워크는 최적화의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출처: TecSmash

 

이것이 애드 네트워크의 기본이다. 아주 간결하고 아름답다. 어떤 비정상적인 요인도 개입하지 않는다.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애드 네트워크가 점점 늘어나고 복잡해짐에 따라 서서히 생겨났다. 

 

획기적인 사업인 애드 네트워크에 수많은 도전자들이 몰린다. 그 결과 애드 네트워크의 수가 과도하게 많아진다. 경쟁이 붙는다. 모두 자신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광고와 매체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실제 퍼포먼스와는 별개일지도 모른다.

 

얽히고 얽힌 애드 네트워크들과 그로 인한 문제들

한 애드 네트워크에서 광고주로부터 광고를 하나 확보했다고 치자.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광고에 적당한 매체를 붙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이 애드 네트워크A가 보유하고 있는 매체 중 그런 곳은 없다. 대신 애드 네트워크B에게 그 광고에 딱 알맞는 지면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이때 애드 네트워크A는 매체가 아닌 애드 네트워크B와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애드 네트워크B에게 광고를 중매해주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아마 일종의 하청도급이다.

 

이제 광고는 애드 네트워크 한 다리만을 거쳐 웹사이트에 송출되는 것이 아니라, 애드 네트워크 두 군데(A, B)를 거쳐 웹사이트에 송출된다. 광고주로 모르는 사이 중간자가 한 명 더 개입하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선 광고주 입장에서 손해볼 것이 없다. 어차피 광고비는 같으니까. 애드 네트워크에서 각자 수수료를 쪼개 가져갈 뿐이다. 

 

그러나 점점 업계가 발전할수록 애드 네트워크는 훨씬 복잡해진다. 이제 한두 다리가 아니라 여러 다리를 건너게 된다. 이 애드 네트워크에서 저 애드 네트워크로, 저 애드 네트워크에서 요 애드 네트워크로. 지면에 닿기 까지 광고는 몇 번이고 토스되고 토스된다. 애드 네트워크들이 서로에게 광고주로서 매체로서 거래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광고주는 자신의 광고가 정확히 어느 지면에 송출되는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광고가 여러 번 튀고 튀는 동안 추적이 불가능해져 버린다. 물론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광고주가 직접 거래하는 애드 네트워크 A에게 묻고, A는 자신과 협업하는 애드 네트워크 B에게 묻고, B는 C에게 묻고, C는 D에게 묻고 또 묻고 물어 지면을 알아내면 된다. 

 

문제는 애드 네트워크들이 항상 정직하지만은 않다는 데에 있다. 예를 들어 중간의 C가 고의든 실수든 B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거나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거짓말로 아무 지면을 댔다고 치자. 광고주로서는 지면을 알 도리가 없다. 사실 광고를 통해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면 굳이 알 필요도 없다. 광고주부터 애드 네트워크들까지 그냥 '좋은게 좋은거지' 하곤 스리슬쩍 넘어간다.

 

 

 

재앙의 씨앗, 프러드의 등장

자, 여기서부터 복잡하다. 진짜 애드 네트워크를 좀 먹는 존재가 등장한다. 바로 프러드의 등장이다. 프러드란 광고 사기를 말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지면을 존재하는 것처럼 속여 성과를 가짜로 만들어내고 이에 대한 광고비를 정산 받는다. 들키지 않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되려 가짜라도 성과를 만들어냈으니 광고주의 푸시를 받기도 한다.

 

광고 사기가 적발되면 상황이 바뀐다. 광고주들이 가짜 성과를 조작해낸 매체와 지면을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복잡하게 얽혀있는 애드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지면을 추적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범인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손해를 보고 있을 광고주들이 아니다. 이제 광고주들의 선택은 '미정산'이다. 바로 거래하는 애드 네트워크 A에게 약속된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다. 

 

애드 네트워크 A의 입장에서는 기가 차는 일이다. 그들은 협업사인 애드 네트워크 B에게 광고를 내렸을 뿐이다. 아무런 범법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 B 역시 마찬가지다. 적당한 지면이 없어 C에게 광고를 다시 내렸을 뿐이다. 아마 C와 D와 E, 그리고 어딘가에 존재할 지면 역시 같은 변명을 할 것이다. 물론 중간에 범인이 하나 숨어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광고 사기범 하나의 활약으로 이제 모두가 정산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프러드는 생각보다 영악해서 확실한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확증을 남기는 프러드는 이미 모두 도태되어 멸종했다) 언제나 정황 증거 뿐이다. 그러니 애드 네트워크들은 자신의 상위 네트워크에게 미정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그들의 항의를 광고주에게 전하면 광고주는 반대로 광고가 송출되었던 지면을 알아오라고 애드 네트워크를 푸시한다. 가짜로 추정되는 성과에 돈을 지불하고픈 광고주도 없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지면을 찾아올 수 있는 매체도 없다. 중간에 끼인 선량한 애드 네트워크들은 프러드로 인해 고통받는다. 때로는 하위 네트워크에게 본인도 정산 받지 못한 금액을 지불하기도 한다.(하위 네트워크가 좋은 지면을 많이 갖고 있다면 하청을 주는 입장이라도 갑을 관계가 바뀌곤 한다)

 

출처: Monthly Finance

 

성과 수량을 몰래 챙겨 놓을 수 밖에 없는 애드 네트워크

이쯤에서 애드 네트워크 A의 입장으로 다시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그들은 프러드의 위협에 손놓고 당하기만 해야하는 것일까. 나름의 대책을 강구한다. 광고주로부터 전달받은 성과 수량의 일부분만 애드 네트워크 B에 넘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광고주로부터 100개의 수량을 전달받았다고 치자. A는 자신의 몫이자 보험으로 30개를 숨겨 놓고 70개만을 B에게 전체 수량인 것처럼 속여 전달한다. 조금씩 챙겨놓은 수량으로 후에 B로부터 발생할 수있는 프러드 피해에 대한 자체적인 보험을 미리 들어 놓는 것이다. 

 

이렇게 쟁여놓은 수량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프러드 이슈에 대한 대비책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100개의 수량 중 30개의 전환이 프러드로 판명되어 미정산처리 될지라도 70개의 수량을 그대로 애드 네트워크 B에게 전달할 수 있다. 애매한 증거를 놓고 굳이 입씨름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숨겨 놓은 수량을 활용해 애드 네트워크 B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광고주로부터 전량 미정산 처리를 받더라도 일부 금액을 커버해 지불해주기도 한다. 더이상 애드 네트워크 A는 선량하고 결백한 애드 네트워크라고 할 순 없지만 프러드 이슈로 더 이상 손해보지 않게됐다. 

 

(애드 네트워크의 시스템상 매체는 광고주로부터 성과를 전달받기 전까지 얼마의 성과를 냈는지 알 수 없다. 어떤 유저가 지면에 달린 광고 배너를 클릭했다고 가정하자. 지면을 갖고 있는 매체는 하나의 성과를 올린 것이지만 아직 매체는 그 사실을 아직 알 수 없다. 어느 페이지로 유저가 이동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한 유저가 이탈한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때는 유저가 광고 배너를 클릭했을때 발생한 트래킹 URL이 광고주에 도달하고, 광고주가 이를 받고 발송한 포스트백 URL이 매체에 도착하는 순간이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 버린 그들

애드 네트워크 A 뿐만 아니라 B도, C도, D도 조금씩 남몰래 수량을 챙긴다.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광고 사기인 프러드였다.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고 했던가. 악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애드 네트워크 업계 전체가 불투명한 비효율로 물들어버렸다. 

 

문제는 이러한 실태가 애드 네트워크의 최적화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애드 네트워크들도 자신이 어느 지면에 광고를 송출하는지 모른다. 또한 어느 매체의 효율이 좋은지도 알 수 없다. 지난 번 광고 집행에서 성과가 좋지 않았던 매체라 할지라도, 정말 지면의 효율이 나빴던건지 아니면 상위 네트워크에서 성과 수량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던건지 하위 네트워크 입장에서는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고로 애드 네트워크들의 최적화란 일종의 눈먼 최적화가 되었다. 아래 매체(또는 애드 네트워크)로부터는 프러드의 눈속임이, 위의 광고주(또는 애드 네트워크)로부터는 수량 속임이 중간에 끼인 애드 네트워크의 최적화를 교란한다. 광고주에게는 최고의 효율을, 매체에게는 최고의 수익을 선사하겠다던 애드 네트워크의 초기 목표는 이제 쉽사리 달성되기 어렵게 됐다.

 

서로 광고주로서, 매체로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애드 네트워크들은 과연 프러드의 위협을 극복하고 다시 최적화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프러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깨끗한 지면 확보가 최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가 투명하게 자신의 성과 내역과 하위 네트워크를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누가 프러드를 생산하는지 알 수 없는 현 생태계에서 어떻게 투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대로 가면 결국 깨끗하고 프리미엄한 지면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아주 소수의 애드 네트워크만 살아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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